[약업신문][미래의학연구재단 기고14]바이오헬스 스타트업이 정부투자 받을 때 고려할 ‘세 가지’_201006

[약업신문][미래의학연구재단 기고14]바이오헬스 스타트업이 정부투자 받을 때 고려할 ‘세 가지’_201006

[약업신문][미래의학연구재단 기고14]바이오헬스 스타트업이 정부투자 받을 때 고려할 ‘세 가지’_201006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전략단장 김현철

스타트업 전성시대다. 특히, 바이오헬스 스타트업은 더 그렇다. 작년까지만 해도 벤처캐패탈 자금 1.1조원이 바이오헬스분야에 투자됐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선다. 덩달아 바이오헬스 벤처캐피탈 심사역도 소위 핫한 직업이 됐다.

중앙공무원을 사직하고 벤처캐피탈 심사역에 뛰어든 사람도 있고, 촉망받던 의사라는 직업도 뒤로하고 시작한 사람도 있다. 기술 사업화나 창업을 도와주는 엑셀러레이터, 컨설팅기업, 컴퍼니 빌더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한때 서울대병원 명의가 은퇴 후 후배와 바이오헬스 컨설팅기업을 창업하기도 하고, 대형병원 병원장이 어느 날 컴퍼니빌더 CEO가 되어 명함을 내밀기도 한다.

단순히 돈이 모이니 사람도 모인다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이 분야에 뛰어든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바이오헬스산업이 대한민국 주력산업이 될 거라고 믿고 있고, 더불어 바이오헬스산업 투자와 지원 비즈니스의 성공가능성도 확신하고 있다. 바이오헬스 분야 플레이어가 세분화되고 전문화되고 풍성해지는 현상은 바이오헬스산업 생태계가 건강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그간 국가정책은 바이오헬스 산업 성장에 3가지 측면에서 도움이 되었다. 

정책 예측가능성을 높여 민간투자를 유인했다. 국가정책을 통해 지원이 지속될 거라는 신호를 보내게 되면 민간에서 창업과 투자로 인한 수익을 예측할 수 있는 신뢰가 만들어진다.

다행히도 바이오헬스 정책은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바이오헬스 분야 지원기조는 큰 변화가 없었다. 2000년 중후반 민간투자가 얼어붙으면서 바이오헬스기업이 좀비기업이라는 사회적 비난까지 받았던 때도 있었다. 그 시절 바이오헬스기업들은 정부지원을 받으면서 버텨나갔다. 정부지원이 지속되고 글로벌금융위기가 지나가자 다시 민간투자가 살아나고 힘든 시절을 어렵게 버텨냈던 기업들은 하나 둘씩 꽃을 피우고 스타트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민간과 위험을 공유하여 도전을 독려했다. 막상 정부에서 투자해서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정부는 민간이 의료제품 개발 경험을 축적하게 하여 재도전했을 때 실패가능성을 줄여주고, 실패가능성이 높은 단계에서 기업이 뛰어들고 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도록 위험을 먼저 감수하거나 분담해주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

한 때 실패과제라고 낙인이 찍혔던 연구과제책임자가 어느덧 코스닥 상장 바이오헬스 유망기업 CEO가 되어있고, 몇 년 전만해도 투자할 곳이 없다던 벤처캐피탈이 최근에는 수백퍼센트나 되는 투자수익을 남기고 제 2의 제 3의 바이오헬스 펀드를 연달아 만들고 있다.

선도적인 투자로 유망분야 연구환경을 조성했다. 미래에는 어떤 기술이 시장에서 성공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기술 실현시기가 먼 미래이고 외부효과가 높은 원천기술이라면 더욱 그렇다. 유망기술에 대한 선제적 정부투자가 타분야 연구자들을 모이게 하고 기업의 관심을 유도하며 학생 진로에도 영향을 끼친다.

유전공학을 비롯한 생명과학 관련 학과가 1980년대부터 1990년까지 전국대학에서 만들어지고 유망분야라는 인식이 생겨나자 우수학생들이 생명과학 관련 학과를 선택했다. 생명과학 관련 대학교수가 늘어나자 대학원생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석박사도 함께 증가했다. 지금 유망기업이나 스타트업 CEO 중에 그 당시 생명과학 분야 대학생들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만일 지금 바이오헬스 스타트업을 시작한다면 어쩌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좋은 환경에서 시작하는 게 아닌가 싶다. 믿을 만한 사람이고 아이디어만 좋다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민간투자는 널려 있으니까. 이 시점에서 굳이 불편한 정부투자를 꼭 받아야할까라는 의문도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3T를 당부하고 싶다. 바로 시간(Time), 과학 기반 기술(science based Tech). 신뢰(Trust)이다.

첫째, 시간(Time). 돌이켜보면 역사적으로 바이오헬스 투자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된 적이 없었다. 정도의 차이지만 정부투자던 민간투자던 올라가면 주춤하거나 내려가는 굴곡이 있었으며 민간자금은 외부환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움직여왔다.

그러니, 올해 이만큼 투자를 받았으니 내년에 성과가 좋다면 충분히 더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버리는 게 좋다. 최근까지 시장에 풀린 돈을 고려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처를 어떻게든 찾아 나서야만 하는 상황인 점도 상기해야한다.

기업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동시에 가정하면서 위험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민간투자는 당장 편하지만 불확실성이 높고 지분희석 측면에서 불리하다. 반면, 정부투자는 불편한 점은 있지만 지분희석 걱정이 없고 큰 문제만 없다면 몇 년간 버틸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된다.

특히, 바이오헬스기업은 사업화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버텨내야 한다는 점에서 긴 안목으로 운영해야 한다. 작년 IPO를 했던 유망 바이오헬스 기업 CEO는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2000년대 중반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해 어려웠던 시절 정부투자가 큰 힘이 되었다. 정부투자로 인한 사업화 성과는 없었지만 긴 세월 동안 많은 경험을 쌓고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지혜를 얻었으며 새로운 기회를 엿보며 버텨나가는 데는 절대적인 도움이 되었다.”

둘째, 과학 기반 기술(science based Tech). 바이오헬스산업을 단 두 마디로 정의하자면 과학 비즈니스(Science Business)다. 무엇보다 바이오헬스 스타트업의 기술은 과학이 탄탄해야 한다. 국내 손꼽히는 바이오투자자들도 모두 이구동성으로 “바이오헬스 스타트업의 성패는 결국 ‘사이언스’다”라고 강조한다.

철저히 검증받지 못한 과학은 무너지기 쉽다. 불확실성이 높은 과학에 선뜻 투자하겠다는 민간투자자나 믿고 기다리겠다는 민간투자자는 드물다. 설사 민간투자를 받더라도 후속투자로 이어지기 어렵다. 과학이 탄탄하다면 이를 스케일업 할 수 있는 기술도 중요하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었지만 CMC와 같은 스케일업 기술이 부족해서 중간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과학이 탄탄하다면 민간투자는 가능하다.

반면, 과학 단계에서는 불확실성이 높고 검증 이후에도 기술사업화, 민간투자연계까지 죽음의 계곡이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불확실성이 높은 과학에 대한 선투자가 가능하고 다양한 혁신주체간 협력의 가교역할을 하여 기술사업화와 민간투자연계의 가능성을 높인다. 미국에서 지난 40년간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해왔던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인 SBIR(Small Business Innovation Research)의 역할은 명확하다. 과학검증, 기술사업화, 민간투자연계이다.

셋째, 신뢰(Trust). 정부투자를 신청할 때도 받고나서도 신뢰가 중요하다. 신뢰는 민간투자를 받을 때도 최고의 덕목이다. 정부투자는 성과가 강제사항이 아닌 경우가 많아 이점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연구자들은 흔히 정부연구과제 수행중 문제가 생겨도 끝까지 감추려는 경향이 있다.

신뢰가 부족하면 언젠간 정부투자 받기도 어려워지고, 민간투자에서도 결국 외면을 받는다. 예를 들자면, 정부과제 수행 중 중간에 문제가 생길 경우 바로 상의하는 게 좋다. 연구자 중에서 미루다 문제가 커지거나 시기를 놓치고 나서야 상의하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정부투자가 유연성이 다소 부족하다 할지라도 사전에 담당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히 하고 신뢰가 쌓이면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민간투자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투자자와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신뢰가 쌓이면 실패하더라도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한마디로 신뢰는 스타트업의 존망을 결정짓는 핵심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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