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mk.co.kr/news/business/12023051
미래의학연구재단 김기영 CIO
리스크·수익률 균형 맞추려
중·후기 벤처에만 안전투자
초기 단계에도 엔젤투자하는
스타트업 전용 국부펀드 필요
민간 공익형 VC 적극 육성을
AI 관련 쏠림현상도 큰 문제
탄탄한 기초연구 선행돼야

"역사상 유례없는 벤처 투자 모멘텀이 오고 있지만 인공지능(AI)이라는 키워드가 없으면 초기 회사는 기술력과 관계없이 투자 유치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지난해 말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중심의 자금 흐름을 첨단산업 등 생산적 부문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 아래 무려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역대 정책 펀드 중 최대 규모다. 이 펀드의 주요 투자처는 AI(30조원)와 반도체(20조원)를 비롯해 바이오·모빌리티·이차전지 등 첨단 전략산업이다.
정부와 민간자금을 합친 사상 최대 규모의 모험자본이 조성되면서 얼어붙었던 자본시장에도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정작 초기 자금을 공급하는 액셀러레이터(AC)와 엔젤 투자는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김기영 미래의학연구재단 최고운용책임자(CIO·38)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저금리 시대에 누렸던 대체 투자의 매력도는 앞으로 중·고금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상대적으로 낮아질 것"이라며 "리스크와 수익률의 균형을 잡기 위해 대형 벤처캐피털(VC)들이 중기, 후기 단계의 비교적 안전한 벤처 투자를 선호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영 CIO는 바이오테크 분야를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비영리 AC 미래의학연구재단에서 투자와 운용을 전담하고 있다. 김 CIO는 뉴욕대 스턴스쿨에서 금융학 학사, 컬럼비아대에서 응용통계학 석사, 예일대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글로벌 테크 컨설팅사 액센츄어와 국내 VC 스톤브릿지벤처스를 거쳐 신세계그룹 소속 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의 1호 전문 심사역으로 일했다. 현재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는 그는 'VC 스타트업' '벤처노믹스' 등 다수의 책을 썼다.
안전한 투자처에 자금쏠림이 심화하다 보니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모습은 쉽게 포착된다. 지난 3월 국민성장펀드의 1호 직접투자 기업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선정됐다. 이 기업의 가치는 3조5000억원 수준이다.
투자업계에 만연한 'AI 만능주의' 역시 김 CIO가 우려하는 사안 중 하나다. 김 CIO는 "인공지능이 위대한 기술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지만 탄탄한 기초 연구 뒤에 기술이 붙어야 한다"며 "AI만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접근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정부 주도하에 집행되는 정책성 자금은 효율적으로 국내 스타트업과 벤처업계에 성장 마중물을 댈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목적성이 강한 정책성 자금의 특징상 일부 투자처에 쏠려 벤처 시장의 자유도를 떨어트린다는 부작용도 나온다. 초기 스타트업에 자본이 공급되지 않는 것은 나무뿌리에 물이 말라버리는 것과 같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스타트업 전용 국부펀드'가 필요하다는 게 김 CIO의 주장이다. 벤처 호흡에 온전히 집중함과 동시에 정책 방향에서 자유로운 독립적인 투자 펀드가 있어야 자금이 골고루 분산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김 CIO는 "스타트업의 제로투원(zero-to-one)을 뒷받침하는 벤처 자본은 투자의 성격상 숫자에 잡히지 않는 정성적 요소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며 "벤처의 호흡에 온전히 집중하면서 정치의 외압에서 자유로운 별도의 독립 기관을 만들어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공익적 의식을 가진 민간 중심의 '비영리 자본'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국내에서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서거 10주년을 기념해 출범한 아산나눔재단과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윤민창의재단을 비롯해 김 CIO가 몸담고 있는 미래의학연구재단이 대표적인 비영리 AC로 꼽힌다. 미래의학연구재단은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을 역임한 김효수 교수가 설립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비영리 법인으로 유한양행과 대웅제약, 제일약품 등 국내 주요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에서 기부금을 받아 운영 중이다.
김 CIO는 "민간형 공익 자본이 국부펀드와 나란히 서 생태계의 허리를 받쳐줄 때 비로소 한국의 벤처 생태계도 파고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뿌리를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윤희 기자 / 사진 이충우 기자]
https://www.mk.co.kr/news/business/12023051
미래의학연구재단 김기영 CIO
리스크·수익률 균형 맞추려
중·후기 벤처에만 안전투자
초기 단계에도 엔젤투자하는
스타트업 전용 국부펀드 필요
민간 공익형 VC 적극 육성을
AI 관련 쏠림현상도 큰 문제
탄탄한 기초연구 선행돼야
"역사상 유례없는 벤처 투자 모멘텀이 오고 있지만 인공지능(AI)이라는 키워드가 없으면 초기 회사는 기술력과 관계없이 투자 유치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지난해 말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중심의 자금 흐름을 첨단산업 등 생산적 부문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 아래 무려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역대 정책 펀드 중 최대 규모다. 이 펀드의 주요 투자처는 AI(30조원)와 반도체(20조원)를 비롯해 바이오·모빌리티·이차전지 등 첨단 전략산업이다.
정부와 민간자금을 합친 사상 최대 규모의 모험자본이 조성되면서 얼어붙었던 자본시장에도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정작 초기 자금을 공급하는 액셀러레이터(AC)와 엔젤 투자는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김기영 미래의학연구재단 최고운용책임자(CIO·38)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저금리 시대에 누렸던 대체 투자의 매력도는 앞으로 중·고금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상대적으로 낮아질 것"이라며 "리스크와 수익률의 균형을 잡기 위해 대형 벤처캐피털(VC)들이 중기, 후기 단계의 비교적 안전한 벤처 투자를 선호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영 CIO는 바이오테크 분야를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비영리 AC 미래의학연구재단에서 투자와 운용을 전담하고 있다. 김 CIO는 뉴욕대 스턴스쿨에서 금융학 학사, 컬럼비아대에서 응용통계학 석사, 예일대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글로벌 테크 컨설팅사 액센츄어와 국내 VC 스톤브릿지벤처스를 거쳐 신세계그룹 소속 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의 1호 전문 심사역으로 일했다. 현재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는 그는 'VC 스타트업' '벤처노믹스' 등 다수의 책을 썼다.
안전한 투자처에 자금쏠림이 심화하다 보니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모습은 쉽게 포착된다. 지난 3월 국민성장펀드의 1호 직접투자 기업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선정됐다. 이 기업의 가치는 3조5000억원 수준이다.
투자업계에 만연한 'AI 만능주의' 역시 김 CIO가 우려하는 사안 중 하나다. 김 CIO는 "인공지능이 위대한 기술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지만 탄탄한 기초 연구 뒤에 기술이 붙어야 한다"며 "AI만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접근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정부 주도하에 집행되는 정책성 자금은 효율적으로 국내 스타트업과 벤처업계에 성장 마중물을 댈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목적성이 강한 정책성 자금의 특징상 일부 투자처에 쏠려 벤처 시장의 자유도를 떨어트린다는 부작용도 나온다. 초기 스타트업에 자본이 공급되지 않는 것은 나무뿌리에 물이 말라버리는 것과 같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스타트업 전용 국부펀드'가 필요하다는 게 김 CIO의 주장이다. 벤처 호흡에 온전히 집중함과 동시에 정책 방향에서 자유로운 독립적인 투자 펀드가 있어야 자금이 골고루 분산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김 CIO는 "스타트업의 제로투원(zero-to-one)을 뒷받침하는 벤처 자본은 투자의 성격상 숫자에 잡히지 않는 정성적 요소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며 "벤처의 호흡에 온전히 집중하면서 정치의 외압에서 자유로운 별도의 독립 기관을 만들어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공익적 의식을 가진 민간 중심의 '비영리 자본'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국내에서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서거 10주년을 기념해 출범한 아산나눔재단과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윤민창의재단을 비롯해 김 CIO가 몸담고 있는 미래의학연구재단이 대표적인 비영리 AC로 꼽힌다. 미래의학연구재단은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을 역임한 김효수 교수가 설립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비영리 법인으로 유한양행과 대웅제약, 제일약품 등 국내 주요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에서 기부금을 받아 운영 중이다.
김 CIO는 "민간형 공익 자본이 국부펀드와 나란히 서 생태계의 허리를 받쳐줄 때 비로소 한국의 벤처 생태계도 파고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뿌리를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윤희 기자 / 사진 이충우 기자]